외로움 / 허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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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계, 허공성 / 몽지 심성일님
이것은 이미 완전히 드러나 있기 때문에 찾으려는 마음이 있는 한 찾을 수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찾으려는 그 마음에 가려 이것은 드러나지 않게 됩니다.
그 마음은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그 마음이 일어난 바탕은
일찍이 일어난 적도 없고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생각을 일으켜 분별하지 않으면 언제나 바로 지금 여기 이렇게 있을 뿐입니다.
생각과 그로 인한 분별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이것을 확인하려 하는 한
끝없이 찾아 헤매는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어떤 인연에 문득 한 생각이 멈추어 제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본래부터 언제나 눈앞에 있었던 이것을 깨우치게 됩니다.
스스로 깨치고 보면 단 한 순간도 이것을 떠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실소를 터뜨리게 됩니다.
어떠한 객관적 속성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이것은 나와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것과 나 사이에 아무런 경계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나이고 내가 바로 이것입니다.
온갖 현상들이 가득 찬 이대로 그저 텅 빈 허공과 같은 하나의 성품입니다.
이것은 마치 없는 것처럼 있기에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없는 현상들만 쫓아다녔던 것입니다.
이것은 도무지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법입니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 이분법적 사고방식과 상대적 분별의식으로는
쉽게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설사 납득한다 하더라도
완전히 자신과 이것 사이의 틈이 없이 온전히 한 덩어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비록 한 덩어리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나날의 삶에서 익숙해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호랑이 눈에 황소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아가야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이것이어서, 아무리 가도 간 바가 없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저 이것이어서 모든 시비와 분별을 잊어버리면
살아도 산 바가 없고 죽어도 죽는 바가 없을 것입니다.
바로 그러할 때 완전한 포기, 내맡김이 완전한 수용, 받아들임이 될 것입니다.
외로움은
내 옆에 아무도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문을 닫으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로워져요.
반대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깊은 산속에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아요.
풀벌레도 친구가 되고
밤하늘의 별도 친구가 되니까요.
외롭다는 것은 대낮에 눈을 감고
어둡다고 외치는 것과 같아요.
그걸 알고 스스로 외로움에서 벗어나면
외롭다고 사람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요.
외로우신가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보세요.
온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친구입니다.
- 법륜스님